라틴어는 왜 배우는 것일까
라틴어는 구어로 쓰이지 않는 사어로서 현재에는 쓰이는 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학에는 라틴어 수업이 있고 라틴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도 라틴어에 대해 궁금해하며 관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언어가 한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처럼 라틴어는 영어를 포함한 서구 유럽의 대부분의 언어에 큰 영향을 끼쳤고, 현재도 종교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라틴어를 고대 로마와 그리스에 관련된 책, 유럽의 역사나 인물이 등장하는 배경의 책이나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접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항상 라틴어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라틴어는 언어의 단단하고 우아한 뿌리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그래서 라틴어 수업 또한 어학 과목보다는 교양과목의 느낌으로 생각해 읽게 되었습니다.
삶을 대하는 저자의 시선
저자 한동일 교수님은 1970년에 태어나 광주 가톨릭 대학교, 부산 가톨릭 대학교를 나와 이후 이탈리아 로마의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하고, 이후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바티칸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이 책 라틴어 수업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실제 저자가 강의하던 수업이 인기를 얻어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틴어부터 어려운 라틴어까지 28개의 라틴어 문장을 통해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유학 생활을 경험하며 쌓아온 저자의 지혜와 생각들이 라틴어 문장들과 함께 머리가 아닌 마음에 눈처럼 쌓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저 같은 인간이었다 면면 오랜 기간 삶 속에서 고독하고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겪으며 저만의 고집과 아집만 키워갔을 텐데 책 속에는 저자의 가르침이 정갈하고 따뜻하게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대학교에 다닐 때 이런 교수님을 만났다면 삶이 더 풍요로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고, 당시 실제로 라틴어 수업을 청강한 학생들이 부러웠습니다.
라틴어에 갖고 있던 생각의 변화
책을 읽을 때 어려운 라틴어 문장을 소리 내 발음하면서 문장에 담긴 뜻과 저자의 해설을 상기시키면 라틴어 문장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졌습니다. 가끔 수업 시간에 입으로 따라 말해보라고 하는 선생님들이 있는데,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과 입으로 직접 소리를 내뱉어보는 것은 느낌이 다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라틴어 문장을 소리 내 읽으면 문장이 담긴 힘이 더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어렵고 고상한 고대 언어라고 생각했던 라틴어가 사실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살아 숨을 쉬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라틴어를 통해 로마를 비롯한 유럽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어서 유럽을 여행하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훌륭한 인문학 강의
28개의 문장에 대한 설명이 모두 흥미롭고 좋아서 어느 것 하나를 고르기 어렵지만 hoc quoque transibit!(이 또한 지나라리라!)와 Dilige et fac quod vis(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Carpe Diem(오늘 하루를 즐겨라)도 같은 맥락인데, 이 같은 문장처럼 우리의 삶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하루하루 사랑을 베풀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고, 대부분이 휴일을 위해 나머지 시간은 일이나 학업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유한한 나의 인생에서 나는 충분히 행복을 느끼고 살고 있는지, 사랑을 베풀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라틴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성찰해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2021년에 ‘믿는 인간에 대하여-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이라는 책을 냈는데 조만간 이 책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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