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사실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읽을 때는 재미있게 몰입하여 읽지만 다 읽고 난 후에 전체 이야기의 결과가 정리되면, 독서 후 크게 남는 것이 없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 읽은 작품보다는 읽지 않은 작품들이 더 많고, 작품의 줄거리를 안다고 해도 이미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된 내용을 조금 알고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작품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자리해 있는 것을 보고 읽게 되었고, ‘아 이런 작품이라면 좋은데?’ 하는 생각으로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게 되었습니다.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아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일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입니다. 한국에서 사랑받는다기보다는 그의 작품 활동이 왕성해서 국내에 출판된 그의 작품이 많아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일본 문학의 리스트를 넘기다 보면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인 책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발표한 장편 소설만 해도 50권 가까이 되는 데다가 시리즈로 발표한 소설들, 단편으로 발표한 소설들까지 치면 어마어마한 양의 작품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도 어렸을 때는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였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일본추리작가협회 상, 나오키상, 본격 미스터리 대상, 신풍상, 중앙 공론 문예상, 시바타 렌자부로 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등 일본 내에서 작가로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은 다 받은 자타공인 일본의 대표 작가라고 할 수 있지만, 다작을 해서 그런 것인지 독자들의 호불호가 있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대략작인 줄거리
주인공 ‘레이토’를 보면 그의 인생이 참 기구합니다. 고아에다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실직하고, 절도죄까지 얻게 되어 감옥에 갇힐 일만 남았는데, 그의 앞에 변호사가 나타나 감옥에 가는 것을 막아줄 테니 그의 이모가 시키는 일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를 곤경에서 구해준 ‘치후네 이모’는 월향 신사의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하라고 합니다. 그 녹나무는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준다는 나무로, 사람들은 때에 맞춰 방문해 나무를 향해 기도를 드립니다. 녹나무는 사람들의 마음을 저장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뿜어내는데 이것을 각각 ‘예념’과 ‘수념’이라고 합니다. 레이토는 나무와 방문객 관리와 주변 순찰 같은 일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가진 사연들을 접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인물들의 갈등과 화해
녹나무와 관계된 여러 인물은 가족과 풀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 녹나무에 남긴 마음은 혈연관계인 사람만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까운 가족이어서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쌓여 오해가 생기고 하는 부분들과 그것들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에게는 나름의 사연들이 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 남아서 그를 추억하는 사람, 가족에게 새로운 힘을 얻고 성장하는 사람. 신비한 녹나무에 대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과 가족의 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과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이 다를 게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책의 분량이 꽤 많아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주인공과 녹나무와 관련된 인물들의 사연과 전개가 궁금해 쉬지 않고 계속 읽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읽어 내려갔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이런 녹나무가 있다면, 내 가족 중 누군가가 녹나무를 통해 나에게 전달하려는 뜻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녹나무를 통해 전할 일 없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을 많이 써주었으면 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이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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