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어렸을 적, 저는 근현대사 과목을 좋아했습니다. 조선 말기에 일본으로부터 빼앗긴 35년의 기록을 보고 공부할 때마다 왜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겪어야 했고, 식민지가 되어야만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는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을 쓰기도 하고 일본의 여러 하위문화 문화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해야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답게 가까이에 있지만 마치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인간관계처럼 국가와 국가 간에도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이 책은 일본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기본서 같은 책이기에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루스 베네딕트는 왜 일본에 대해 연구를 했을까
저자는 인류학과 교수입니다. 원래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교사로 활동했으나 컬럼비아 대학에서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1944년에 미국 국무부로부터 저술을 의뢰받아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미국인의 시각에서 일본이라는 나라는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한 나라였을 것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상대를 이긴다는 말이 있듯이 전쟁 중인 주적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는 상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연구의 필요성을 느낀 듯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당시 미국은 일본 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였으므로 향후 국제 정세에서도 영향력을 끼치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베네딕트의 시선
놀라운 일이지만 저자는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일본에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과의 인터뷰, 그동안의 여러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연구하여 책을 집필한 것입니다.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정도로 타국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적대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 시대적 배경으로 보았을 때 문화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우월감을 느낄 수도 있고, 오히려 전쟁하는 적국인데도 불구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려고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약에 내가 저자의 입장이었다면 일본이라는 나라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적대감이나 비판이 분명히 드러났을 텐데 책을 읽는 동안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온(おん·恩)’ ‘기무(義務)’와 ‘기리(義理)’ ‘하지(恥)’
책 속에는 일본인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단어들이 설명되어있습니다. 각각 은혜, 의무, 의리, 수치심을 나타내는 단어지만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또 다른 깊이 있는 의미가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왜 일본인들은 고마움을 표현할 때도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하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문화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온 사람의 시각에서는 분명히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인의 말과 행동들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아 그래서 그랬던 거였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각자의 알맞은 자리
때때로 일본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부모에서 자녀로 이어지는 직업이 있다던가, 집안 대대로 전통을 이어오는 가게들이 있어 이런 부분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자유와 평등을 우선시하는 문화로 점점 변화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각자의 위치(직업, 집안 같은 부분)에서 각자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해야 한다는 관습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은 일본 또한 많이 변화했겠지만 위계질서를 생각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국화와 칼처럼 모순되는 양면성
아름다운 것을 선호하면서 무사를 숭상하고, 보수적이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즐기는 것 등 여러 가지 모순점을 안고 있는 국가로 책 속에서 표현되고 있으나 이것은 대체로 모든 국가와 사람들이 가진 양면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 책이 출판된 지 80년이 다 되어가므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오늘날에도 일맥상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국가도 역사도 문화도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화해가고 있고, 점점 더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 책 속의 모든 내용이 맞는다고 수긍하기보다는 그 당시의 일본에는 이런 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었다고 이해하는 정도로 읽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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