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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by byobyory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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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편의점'은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계속 베스트셀러인 거야?"


서점을 갈 때마다 베스트셀러 책장에 진열되어있는 '불편한 편의점'을 보면서 언젠가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이번에 리디셀렉트에서 발견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소설 속의 always 편의점과 편의점에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읽었습니다.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집 앞 편의점에 출근 도장을 찍는 나로서는 이 책의 배경과 이야기가 더 실제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설의 목차는 산해진미 도시락,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삼각김밥의 용도, 원 플러스 원, 불편한 편의점, 네 캔에 만 원,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ALWAYS로 구성되어있는데 청파동의 한 편의점과 주인공 '독고'를 주축으로 편의점을 방문하는, 혹은 관계된 사람들의 개인적인 사연이 하나씩 이야기보따리처럼 담겨있습니다. 

 소설을 끝까지 집중하면서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실제 서울의 지명과 상품명이 등장하고 인물들도 내가 겪었던, 혹은 내 가까운 이웃들이 겪을 법한 상황에 부닥쳐있었기 때문에 몰입이 잘 되었습니다. '맞아 나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 '내 주변에도 이런 상황인 친구가 있었어 생각하면서 읽다 보니 소설 속 인물들은 가상 인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처럼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는 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노숙자 '독고'가 알코올성 치매 환자라는 설정덕에 본인의 과거를 밝힐 수 없는 상황인 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대체 주인공은 과거에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을까?'를 계속 궁금해하면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래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공감이 갔던 구절들입니다. 

하나님은 왜 아들과 골칫거리를 주고 또 술도 주시는 건지...... 염여사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P.103

편의점 사장님 염여사는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 계실 것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나 또한 나만의 고민거리를 안고 기도하고 끙끙대다가 잠들기 전 TV 앞에 앉아 맥주캔을 딸 때 생각했던 것인데 소설 속 인물도 이렇게 생각한다니 나 같은 크리스천이 여기 또 있구나 했습니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359

 내가 항상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친절해지기 위해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글귀인데, 솔직히 나는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한 말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밥 딜런'의 책 내용을 인용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사실 누가 한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건, 제일 가깝다고 생각하는 가족이나 친구조차도 내가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각자만의 전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100% 이해해줄 수 없는 나만의 전투를 치르며 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소설 속에서도 여러 인물을 통해 그 사실을 잘 표현되어 있어서 공감을 많이 했고, 이 점이 맘에 들었습니다. 
   

 상처를 돌아보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 혹은 욕망이 그 사람의 원동력이 되고 캐릭터가 된다. 

P.401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일하다 희곡 작가로 등단한 인경이 편의점과 주인공 '독고'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했던 생각입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상처를 돌아보고 이것을 이겨내기 위한 어떤 노력을 했지? 상처를 경험한 후 나에게는 어떤 욕망이 있었나?' '내가 과거에 겪어온 상처들이 지금의 나의 캐릭터가 된 것일까?' 이런 것들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 입 닥치고 조용한 쪽 편이다. 잘 들어. 이놈아, 우리같이 돈도 힘도 없는 노인들은 발언권이 없는 거야. 성공이 왜 좋은 줄 아나? 발언권을 가지는 거라고. 성공한 노인들 봐. 일흔이 넘어도 정치하고, 경영하고, 응! 떠들어도 밑에 젊은 놈들이 경청한다고. 걔들 자식들도 충성하고. 근데 우린 아냐. 우린 망했잖아. 그런데 떠들긴 뭘 떠들어!"

P.549 

곽이라는 인물이 친구와 대화하던 내용인데,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해 상스럽게 이야기하며 목소리만 큰 노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나도 돈 없이 힘없이 늙어가면 저렇게 되겠지 하며 씁쓸해졌던 부분입니다.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 않는 그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P.641

 소설을 읽을 때쯤,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마치 서로 순서를 짜기로 한 듯 순서대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또 다음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음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 모두가 그렇다. 어차피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선택권이 있다면 좀 더 나에게 더 유익한 문제를 선택해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P.653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부터 20대 초반까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는, 그랬기 때문에 더 '불편한 편의점 인물들의 갈등과 고민에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나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 당시의 나도 아버지도 서로 '손님'으로 대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 속에 쓰여 있듯이 결국 넓게 보면 이 삶 속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손님이 맞는 것 같습니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P.655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의외로 저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은 자주 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은 나 홀로 살아갈 수 없고 서로 크고 작게 관계를 맺으며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서로 간에 원활한 소통은 필수불가결합니다. 그런데도 종종 소통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이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소통과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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