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판타지 소설
한국에서도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이 작품을 읽었을 때, 언젠가 한국에서도 마법을 주제로 한 멋진 소설들이 많이 출간될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가벼운 내용이거나 유치한 내용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이런 기발한 설정으로 재치와 감동이 있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독자들도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인지, 이후 현재 이 소설은 2편까지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1편만 읽고 감상평을 남깁니다.
작가의 이력
이 책을 집필한 작가의 이력이 특이했습니다. 이미예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삼성전자에 입사해 엔지니어로서 생산설비관리를 담당하며 일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다른 소설가들이 걸어온 길과 다르게 여러 습작을 쓰고 문단에 도전하여 등단한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출판 관련 강좌를 듣고 퇴사 후 쓴 글이 텀블벅에서 권유받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판한 점이었습니다.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했으나 인기에 힘입어 종이책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이런 사례 또한 보기 드문 경우라고 합니다. 이 소설은 입소문을 타고 크게 흥행해 2020년 각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올해의 책’을 수상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자기 소설을 대중에게 선보였는데, 향후 많은 소설가나 예술가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형식이나 틀에 구속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기본적으로 잠들어야만 입장이 가능한 세계가 존재하고 주인공 ‘페니’가 취업 준비생이었다가, 모두가 선망하는 꿈 백화점에 입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꿈 백화점은 층별로 다양한 꿈들을 판매하고 있고, 꿈을 사기 위해 오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판매하는 꿈을 제작하는 제작자들도 등장합니다. 각 제작자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자신만의 특색 있는 꿈을 만듭니다. ‘달러구트’는 백화점의 사장으로 기계치이며 헛똑똑이 같은 면을 갖고 있지만 영향력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백화점의 층마다 매니저로 근무하는 ‘웨더’와’비고마이어스’, ’모그베리’와’스피도’가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는 사람, 주인과 산책하는 꿈을 사는 반려동물들, 트라우마와 관련된 꿈을 꾸는 사람들,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꿈을 찾는 무명 예술가 등 책의 내용은 어떤 큰 줄거리가 이어진다기보다는 백화점과 주인공을 중심으로 꿈과 관련된 기발한 설정과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감상평
‘꿈’이라는 것을 소재로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고, 또 이것이 발전하여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면서 꿈을 꾸지만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평소에 꿈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 속에는 그동안 꿔보고 싶은 꿈, 꾸고 싶지 않은 꿈 등 다양한 꿈들이 등장하는데 일상적으로 우리가 살면서 한 번씩 꿔보았던 꿈도 있고, 태몽처럼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꿈들도 있어서 공감이 잘 되었습니다. 특히 자신이 죽기 전에 가족에게 남길 꿈을 제작하는 설정이던가, 주인과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반려동물의 꿈,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그리운 가족과 관련된 꿈에 대한 이야기는 눈물샘을 자극할 정도로 가슴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이런 세계가 있다면 나는 이런 꿈을 사고 싶다’라는 생각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2권은 아직 읽지 못했는데 1권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꿈과 관련된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이 작품이 ‘해리포터’처럼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되어도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홍보하는 문구에는 ‘어른들을 위한 힐링 판타지’라고 되어있지만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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