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만나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2021년 5월에 출간된 이 소설은 ‘오베라는 남자’로도 익숙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입니다. 최근에 오베라는 남자에 대해서 글을 썼지만, 사실 그때 이 소설을 읽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이 책을 다 읽게 되어 글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두 소설 모두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감각이 잘 나타나며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레즈비언 커플이 나오기도 하고 오픈하우스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책의 구성 때문에 집중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인질극이라는 사건을 큰 줄기로 관련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가지처럼 이어지는데, 그렇기에 처음부터 술술 읽힌다기보다는 읽으면 읽을수록 몰입이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2022.10.27 - [리뷰] -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오베라는 남자
다양한 인물들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앞서 말했듯이 책의 큰 줄거리는 은행강도가 오픈하우스 장소에서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부자지간인 경찰들과 강도, 그리고 오픈하우스의 인질들 그리고 심리상담사가 소설의 주요 인물인데 각각의 과거 사정과 상황이 그려지고 또 그것이 또 다른 인물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인질극에서 시작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반전이 숨어있기도 하고, 책을 읽을 때는 인물의 성별이 남자인지 알았는데 여자이기도 하고, 인물의 숨겨진 사정이 드러나기도 하는 등 여러 줄로 얽혀있는 실타래가 책을 읽으며 하나씩 풀려가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불안한 사람들’의 인물들
솔직히 말하면 책을 읽을 때 ‘사라’라는 인물 때문에 몇 번이나 책을 놓고 싶은 적이 있었는데, 이 인물이 심리상담을 할 때 보이는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상처가 있었고 마지막에는 레나르트를 만나 상처가 치유되는 것으로 그려지면서 마무리가 됩니다. 책의 마지막에 옮긴이의 글을 보니 ‘사라’의 태도는 프레드릭 배크만 자신이 심리상담을 받았을 때의 태도였다고 해서 인상 깊었습니다. 어쩌면 오베라는 남자도 사라도 작가의 마음속에 들어있던 모습이었나 봅니다. 레즈비언 커플인 ‘율리아’와 ‘로’ 역시 주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물들이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지, 결국 일반적인 커플과 크게 다를 게 없지는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 중 아들이었던 ‘야크’와 ‘나디아’는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궁금했고, ‘에스텔’ 할머니의 사연과 책 속에서의 역할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에스텔’ 할머니의 대사로 인용된 문학작품들은 따로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서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책의 제목 ‘불안한 사람들’은 이 책의 인물들 모두를 나타내기도 하고, 책을 읽는 나와 이 사회의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작가는 책을 통해 사람은 모두 각자의 과거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책 속에서는 고인으로 나오는 경찰관 야크의 어머니이자, 경찰관 아버지 짐의 아내가 생전에 던지는 메시지가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는 것이었습니다. 목사였던 그녀는 남편과 아들에게 ‘모든 위험한 상황에서 하느님이 보호해주시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서로 보호하면서 살 수 있게 다른 사람들을 주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말처럼, 눈앞에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듯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책을 다 읽었을 때 일어난 일로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슴 아픈 참사가 일어나고 모두의 마음에 슬픔을 주는 사연들이 흘러넘치는 이때, 눈앞의 위급한 상황의 이웃을 구하고 서로의 상처를 공감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해 주었습니다. 책 속에 나온 글처럼 우리는 갑자기 세상을 바꿀 수도, 사람을 바꿀 수도 없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서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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