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소설의 즐거움
처음 스웨덴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으면서부터였습니다. 외국 소설이라고 해도 일본 소설, 미국 소설, 그 외 독일이나 프랑스 혹은 영국 문학은 자주 접했었지만, ‘스웨덴’이라는 나라는 저에게 문학적으로 생소한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꽤 재미있게 읽었고, 이후 같은 스웨덴 태생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가 베스트셀러로 눈에 띄자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1981년에 스웨덴 헬싱보리에 태어나 블로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글을 시작으로 2012년에 정식 작가로 데뷔한 인물입니다. 그의 데뷔작 ‘오베라는 남자’가 큰 성공을 거두어 25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자국에서만 84만 부, 전 세계적으로는 280만 부가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2016년에는 하네스 홀름 감독을 맡아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 외에도 현재까지 ‘베어타운’,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랐어요’ ‘, ‘불안한 사람들’ 등을 내놓으며 끊임없이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베라는 남자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오베’라는 인물은 정말 제가 싫어하는 성격의 인물이었기에 그다지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스크루지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꼰대’ 같고 융통성 없으며, 고지식한 영감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픽사 애니메이션 ‘UP’의 주인공 할아버지 ‘칼 프레드릭슨’이 떠올랐습니다. 그만큼 소설에 빠져들수록 정감 가는 인물이었고 소설을 다 읽을 때쯤에는 어느새 주인공과 헤어지기 싫어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오베’는 암으로 사랑하는 부인 소냐를 잃고 홀로 살아가고 있는 59세 남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는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아내를 잃은 오베는 자살하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코미디처럼 그를 막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렇게 주변의 이웃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뚝뚝하고 고집 세 보이지만, 주변 인물들과 일들을 겪고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시트콤 같은 상황 속에서도 오베라는 남자의 과거와 숨은 진심을 알아가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그는 겉보기와 다르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츤데레), 사랑하는 아내를 잊지 못하는 모습(순애남)을 보여주는데, 특히 소냐와 관련된 그의 과거를 알게 되면 ‘이 사람 겉보기와 다르게 멋있는 남자구나’하고 감탄하며 어느새 오베와 한 마음이 되어 소설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함께 살아가는 인생
요즘 뉴스를 보면 나이와 관계없이 혼자 쓸쓸히 살아가다가 고독사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오베라는 인물이 아내를 잃은 슬픔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가 원했던 대로 자살에 성공했다면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베라는 인물이 끝까지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채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홀로 살아갔다면 이런 결말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결국 사람은 미우나 고우나 주변의 인물들과 크고 작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한 본성을 드러내며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살아가면서 상처받고 좌절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포기하고 싶어도, 억지로라도 또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때로는 혼자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주변의 이웃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이켜보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또한 내가 나중에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개봉한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책만으로도 충분히 머릿속에 장면들이 영화처럼 펼쳐지는 소설입니다. 할리우드에서도 톰 행크스 주연으로 리메이크가 기획 중이라고 하니 한번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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